자꾸 깜빡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치매로 오해하기 쉬운 노년기 우울증
페이지 정보
관련링크
본문
안녕하세요. 마음향기병원입니다. :)
병원으로 문의 전화를 주시는 보호자분들께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요즘 자꾸 깜빡하시고 하루 종일 누워만 계세요.”
“아버지가 말수도 줄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하시는데, 혹시 치매가 시작된 걸까요?”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부모님의 모습이 예전과 달라졌다"라는 걱정에서 시작됩니다.
약속을 잊거나 같은 이야기를 다시 묻는 모습도 걱정되지만, 가족들이 더 당황하는 것은 부모님이 평소와 달리 말수가 줄고 아무 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면 치매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이 자꾸 깜빡하고 생각하는 속도가 느려졌다고 해서 모두 치매인 것은 아닙니다.
노년기 우울증이 생기면 의욕뿐 아니라 집중력과 기억력도 함께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르신의 우울증은 슬픔보다 불면, 식욕 저하, 통증, 피로와 무기력으로 나타나기도 해 가족이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치매 초기에도 우울감이나 무기력, 사회적 위축이 동반될 수 있어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원인을 구분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치매와 비슷해 보일 수 있는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과 가족이 함께 살펴보면 좋은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어르신의 우울증은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슬픈 표정이나 눈물을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울하다"라는 말 대신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 기운이 하나도 없다
• 온몸이 아프고 불편하다
• 입맛이 없고 먹고 싶지 않다
•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 머리가 멍하고 생각이 나지 않는다
• 예전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가족에게 부담만 주는 것 같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던 활동을 중단하고 사람을 피하거나, 식사와 수면이 달라지고 무기력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마음의 건강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울한데 왜 기억력이 떨어질까요?
기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에 집중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이 생기면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고, 주변 일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걱정과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일 여유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병원 일정을 알려드렸지만, 당시 어르신이 대화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면 그 내용이 충분히 기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며칠 뒤 일정을 묻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억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처음부터 내용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해
기억으로 남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불면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밤에 자주 깨거나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는 상태가 계속되면 낮 동안 머리가 멍하고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식사량 감소와 신체활동 저하까지 겹치면 기억력과 판단력이 더 떨어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성치매’라는 말은 정확히 어떤 뜻일까요?
우울증으로 인해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되어 치매처럼 보이는 상태를 과거에는 ‘가성치매’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정식 진단명이라기보다 임상적으로 사용되어 온 표현입니다.
‘가짜 치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도 당사자의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치료와 관찰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우울증에 동반된 인지 기능 저하’라고 설명하는 편이 더 적절합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우울증을 치료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함께 좋아지는 경우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정도로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울증과 치매가 함께 나타날 수도 있고, 우울 증상이 좋아진 후에도 인지 기능 저하가 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성치매라는 말만 듣고 “치매는 아니니까 괜찮다"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저하와 치매는 어떻게 살펴볼까요?
두 상태를 증상 하나로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가족분들께서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차이는 있습니다.
검사 중 "모르겠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우울증이고, 틀린 답을 한다고 해서 치매라고 나눌 수는 없습니다.
우울증이 심하면 질문을 이해하고도 답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치매 초기인 분도 자신의 기억력 변화를 걱정하며 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검사할 때의 반응을 왜 살펴보나요?
인지 기능검사는 정답을 몇 개 맞혔는지만 보는 검사가 아닙니다.
질문을 이해하는지, 답을 찾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는지, 힌트를 주었을 때 반응이 달라지는지, 검사 중 집중력이 유지되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우울증이 있는 어르신은 자신감이 떨어져 실제 능력보다 빨리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런 걸 어떻게 해요.”, “생각해도 소용없어요.”
이렇게 말하며 문제를 풀어보려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기다려드리고 격려하면 조금 더 답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만으로 원인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검사 당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거나 긴장이 심한 경우, 청력이 좋지 않아 질문을 정확히 듣지 못한 경우에도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진료에서는 검사 점수뿐 아니라 검사 과정에서 보인 반응과 평소 생활 모습을 함께 확인합니다.
기억력보다 먼저 나타나는 노년기 우울증의 신호
노년기 우울증을 살펴볼 때는 기억력보다 생활의 변화를 먼저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 즐기던 일을 멀리합니다
평소 좋아하던 산책이나 TV 프로그램, 종교 활동과 친구 모임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족이 권해도 “귀찮다”, "재미없다"라며 피하게 됩니다. 몸이 계속 아프다고 이야기합니다
두통, 소화불량, 어지럼증, 가슴 답답함과 전신 통증을 반복해서 호소하기도 합니다.
검사에서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도 여러 신체 불편이 이어진다면 정서 상태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신체 증상을 모두 우울증 때문이라고 미리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잠과 식사가 달라집니다
잠들기 어렵고 한밤중에 자주 깨거나, 새벽부터 일어나 다시 잠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식사량이 줄고 체중이 감소하기도 하며, 반대로 잠이 지나치게 많아지거나 식사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을 지나치게 탓합니다
사소한 실수에도 “내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라며 자신을 비난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일을 반복해서 후회하거나 가족에게 짐이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움직임과 말이 느려집니다
질문을 해도 한참 뒤에 대답하고, 표정이나 몸짓이 줄어들 수 있는데,
생각과 행동이 전반적으로 느려지는 모습 때문에 가족은 치매가 시작된 것으로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노년기 우울증은 왜 놓치기 쉬울까요?
어르신과 가족 모두 우울 증상을 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드니 기운이 없는 거지.” ,“친구들도 만나지 않으니 심심해서 그런가 봐.”,“여기저기 아픈 건 당연하지.”
이렇게 생각하며 지나치기 십상일겁니다.
또한 어르신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부담을 느껴 감정을 숨기거나 신체적인 불편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은 슬퍼하는지만 확인하기보다 잠, 식사, 활동량과 대인관계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진료에서는 무엇을 확인할까요?
노년기 우울증과 인지 기능 저하를 확인할 때는 한 번의 기억력 검사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먼저 증상이 언제 시작되었고,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 우울감이나 무기력이 먼저 나타났는지
• 기억력 저하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 잠과 식사량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었는지
• 혼자 하던 일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지
•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
필요한 경우 우울 증상을 확인하는 평가와 인지 기능검사를 함께 시행합니다.
검사 결과는 나이, 교육 수준, 청력과 시력, 수면 상태와 검사 당시의 긴장 정도를 고려해서 해석합니다.
기억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체적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증상과 병력에 따라 뇌 MRI나 CT 등 영상검사를 받아보시라 권유를 드리기도 합니다.
모든 분이 같은 검사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면담과 기본 평가를 바탕으로 필요한 검사를 결정하게 되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울증을 치료하면 기억력도 좋아질까요?
우울증으로 인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 경우라면 우울 증상이 호전되면서 인지 기능도 함께 나아질 수 있습니다.
잠을 조금 더 편안하게 자고 식사와 활동량이 회복되면서 대화가 자연스러워지고, 일상적인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했다고 바로 모든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분은 좋아졌는데 기억력 저하가 계속되거나, 이전에 잘하던 일을 처리하기 어려워한다면 인지 기능을 다시 평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노년기 우울증의 치료에서는 기분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과 식사, 활동량, 기억력과 일상생활이 함께 회복되는지를 꾸준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족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무기력한 모습을 보고 “밖에 나가서 움직이면 괜찮아진다”,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한다"라고 말하면 어르신은 자신의 어려움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억지로 활동을 강요하기보다 부담이 적은 일부터 함께해 보세요.
• 가까운 곳을 짧게 산책하기
• 정해진 시간에 함께 식사하기
•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커튼 열기
• 복용 중인 약을 함께 정리하기
• 수면시간과 식사량을 간단히 기록하기
• 좋아했던 음악이나 사진을 함께 보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으세요?”보다는 다음과 같이 말을 건네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기운도 없고 잠도 잘 못 주무시는 것 같아서 걱정돼요.”
“기억력뿐 아니라 몸 상태와 잠도 함께 확인해 보면 좋겠어요.”
“혼자 가기 불편하면 제가 같이 갈게요.”
가족이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불편함을 함께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담을 고려해 보세요
다음과 같은 변화가 2주 이상 이어지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예전에 좋아하던 일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 잠과 식사량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 사람들과의 만남을 계속 피한다
• 무기력하고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를 심하게 호소한다
• 몸이 아프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원인을 찾기 어렵다
• 자신을 지나치게 탓하거나 가족에게 짐이 된다고 말한다
• 혼자 하던 일상생활을 제대로 이어가기 어렵다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우울증이나 치매로 생각하지 말고 신속하게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어르신이 자꾸 깜빡하고 의욕을 잃은 모습을 보이면 치매부터 걱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 뒤에는 우울감과 불면, 식욕 저하와 사회적 고립이 자리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노년기 우울증은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억력과 신체활동, 수면과 식사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한 평가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우울 증상이 있다고 해서 기억력 문제를 모두 우울증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치료 과정에서도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님의 모습이 예전과 달라졌다면 무엇을 잊었는지만 묻기보다 요즘 잠은 잘 주무시는지, 식사는 하고 계신지,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 있는지부터 천천히 이야기해 보세요.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와 함께 변화의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음 향기 병원은 한 분 한 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함께하겠습니다.
※ 이 글은 건강한 생활에 도움을 드리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의 상태에 따라 원인과 필요한 검사 및 치료가 다를 수 있으므로,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 등 관련 전문의와 상담해 주세요.
- 다음글자꾸 깜빡하는 건 치매 때문일까요? 건망증과 치매 초기 증상의 차이 2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