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_CEO칼럼] 부산, 무소의 뿔처럼 -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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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보담당자
작성일 : 2025-01-08 조회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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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부산, 무소의 뿔처럼
일본 유후인의 지역혁신, 부산이 나아갈 길 알려줘
비교우위 자원·환경 활용, 매력적 도시로 거듭나야
자갈치 시장이 북적이고 젊은이들로 활기 넘치던 부산 이미지가 요즘은 ‘노인과 바다’를 넘어서 ‘노인과 아파트’라는 우스갯소리로 회자된다. 일자리와 젊은이는 없는데 아파트만 짓고 있다는 답답함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광역시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 부산의 20~39세 여성인구가 11.3%에 그치는 것을 보면 부산이 젊음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부산이 살기 좋아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아니라 일자리 부족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점차 떠나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 또한 경제활동을 통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어야 하는데 부산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 모두에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부산에 빈집이 전국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많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정도는 날로 심해지고 있고, 모든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과연 약속을 지킨 정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랬다면 오늘날의 부산이 이토록 고민하진 않을 것이다. 국토연구원이 앞으로 15년 후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이 전국의 50%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도 이대로 가다가는 30년 안에 인구가 70% 수준으로 줄게 되고, 사업체 네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지방소멸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부산이 중앙정부에만 기대어 문제해결 방안을 찾기보다는, 지역이 주도해나가는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단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역발전을 넘어 결국 국가발전에도 더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형성해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지역혁신이야말로 국가와 지역이 모두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굵직굵직한 기관을 부산에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사회문화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 내야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지역혁신을 위해서는 타 지역의 모방보다는 지역만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혁신체계를 확보해야만 한다. 지역혁신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가능했는지 그 과정에서 문화는 지역혁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봐야 한다.
비근한 예로 부산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조그마한 지역소멸 문제를 겪던 일본 시골 ‘유후인’이라는 지역을 들 수 있다. 유후인은 과거 일본의 퇴폐적인 이미지를 상징하는 온천에서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쉬고 갈 수 있는 건전한 보양온천지’로 탈바꿈했다. 유후인은 청정 자연과 문화가 있는 마을을 지역 대표 이미지로 설정하고 ‘유후인 영화제’를 비롯해 음악제 등 다양한 지역문화와 결합한 지역생태계로 발전시켜 나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이웃집 토토로’는 유후인을 배경으로 제작된 것이다. 쓰러져가는 보잘 것 없던 인구 1만여 명의 시골 지역 유후인에 현재 3만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관광객 또한 연 400만 명이 찾는 곳으로 변했다. 특히 ‘방문형 지역’이 아닌 관광객 4명 중 1명이 하루 이상 머물러 가는 ‘체류형 지역’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지역혁신을 통해서였다.
유후인의 사례는 단순히 조그마한 시골마을의 지역혁신 성공사례로만 봐서는 안 된다. 국가보조금이나 거대한 외래자본의 유입 혹은 정부의 공공사업을 유치해 성장을 모색하는 방식에 비해 규모는 작고 답답할 수 있지만 타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지역의 사회 환경 자원을 활용해 지속발전가능 동력을 찾는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타 지역으로 떠났다가 낙후된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젊은이들과 그들을 믿어준 주민들의 결단과 개발철학이 그 변화의 원동력이었다.
부산이 지역소멸과 쇠퇴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후인의 지역혁신 정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부산은 천혜의 환경과 고유한 특성이 있다. 항만 산악 내륙 등 자연조건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역사 등 사회적 조건과 도심은 타 도시와 차별성을 분명 갖고 있다. 부산의 차별성을 지역에 맞게 어떻게 혁신하고 그에 맞는 문화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침체해 가는 부산을 바꿀 소중한 희망일 것이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중 부산에 본사를 둔 곳이 코스닥까지 포함해 3%도 안 된다는 점에서 기업유치를 위한 노력도 물론 필요하다. 작지만 우리 부산지역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차별화된 지역 사업체를 지역문화 생태계를 통해 구축해 나갈 수만 있다면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을 떠났을지라도 부산을 걱정하고 아끼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은 물론이고 미래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혁신을 선도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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